등산일지





비오는 가을 산, 한라산 등산시 삼각봉 대피소와 헬리콥터 주차장, 하산시 모든 풍경 또랑 게스트하우스는 한라산 등산에 최적화되어 있는것 같다. 도미토리 숙소 시설부터 대여해주는 장비들과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 조식과 도시락 코로나가 유행했던시기에는 오히려 탐방로 예약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제주 한달살이 할때에는 날씨만 보고 백록담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탐방 예약을 해놓고 등산을 해야해서 불편함을 느꼈다. 비가와도 나는 간다 한라산에 오르는데 비가 오든 말든 상관없었다 백록담을 눈으로 볼 수 없어도 가을 산을 오르고 싶었고 못봐도 상관없는 내가 갔었던 산이었으면 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게 있다면 비가오면 중간에 앉아서 쉴수가 없다 그렇다 한라산을 쉴틈없이 오르고 내려야 한다 내리는 비를 뚫고서 도착한 삼각봉대피소 왜 삼각봉 대피소인가 궁금했는데,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5천원짜리 라이딩 장갑이 비오는 한라산에서 빛을 바랬다 이번에 느낀건데, 한라산은 언제나 춥다? 7월에 와도 속눈썹에 이슬이 맺힐만큼 춥고 비오는 10월에는 엄청나게 춥다 한라산에서는 손수건이 보온용으로 필요하더라 날씨를 보아하니, 삼각봉 대피소에서 도시락을 먹지않으면 먹을 수 있는 곳이 없겠더라 내려갈때 먹을까 하다가, 대피소까지 오르는데 한번도 쉬질 않아서 쉴겸 가만히 쉬니까 오히려 더 추워져서 보온병을 깠다 물안개라 넘실넘실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삼각봉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장관이었다 대피소를 지나서부터는 완연한 가을 산의 모습이 가득했다 어딜가든 알로록 달로록 단풍이 들었다 대피소 전까지는 푸른 산에다가 산속의 풍경이었다면 대피소 이후에는 단풍 산에다가 산능선이 보이는 골짜기 풍경이다 산길을 지나서 거의 나무 데크길로 올라가면 된다 쾌적하게 나 있는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면 되는데 진짜 경사가 들쭉날쭉이다 지리산에서도 아프지않았던 허리가 관음사탐방코스에서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쉬지도 못하고 비 맞아가면서 등산을 하는게 힘이 드는지, 급변하는 경사에 접히는 허리에 디스크에 무리가 가는지 이대로 내려갈까도 생각했다 오르는 내내 표정이 좋질 못했는지, 정상을 찍고 내려오시는 분들이 곧있으면 도착한다고, 힘내시라고 응원을 해주셨다 진짜 무념무상으로 오르는데, 내려오시는 분들 중 덜덜 떨면서 내려오시는 분들도 더러 있어서 의아해하기도 했다 오르는 내내 예상했다시피 정상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기념비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줄의 끝도 안보일 지경이었다 빠르게 기념사진을 포기하고 한치앞도 안보이는 미지의 세계에 줄서있는 사람을 배경으로 사진을 부탁해서 인증사진을 남기는데 그 찰나의 순간을 가만히 있었다고 그렇게나 춥더라 오를때는 땀내느라 온도가 유지되고 있었던 건지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니까 너무나 추웠다 내려오는 길에는 비바람이 따갑다못해 시려서 잠시 비바람을 등지고 웅크려서 쉬었다가 내려와야 했다 너무 추워서 빠르게 하산을 하기 시작했는데, 관음사탐방로는 등산 할때보다 하산하는 길이 엄청나게 예뻤다 산이라는 절벽을 병풍으로 인테리어를 해 놓은 것 같았다 정상에서 중턱부근의 헬리콥터 주차장까지 절벽병풍과 산 능선이 진짜 장관이었다 삼각봉 대피소 이전의 대피소까지, 지금은 태풍에 쓸려 터밖에 안남은 옛날 대피소까지 하산하면서, 내가 몰라서 이런말을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비바람으로 된 오로라를 봤다 장대같은 비가 흩날리는 커튼처럼 물결치는데 본적도 없는 오로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은 산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 만큼 산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비가오면 어떤가, 비가 와도 좋다 왜 내가 하산하니까 비가 완전히 다 그친걸까 이왕이면 하루종일 비내려주지 아침일찍 꼭두새벽부터 한라산에 오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본다면 백록담은 정오가 지나야 조금씩 날씨가 맑아지더라(?) 게스트하우스 셔틀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나마 빨리오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기위해 눈앞에 보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맥주에 파전으로 원기충전을 했다 진짜 내 등산이력 중 이렇게 맛있는 곳은 또 없었다
산행일자
2022년 10월 9일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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