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지

  • 김환희

    2023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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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스신고 오르는 노을맛집 인왕산 부암동에서 정상부근의 뻥 뚤린 로프구간, 정상에서 경복궁역까지에서 보이는 남산 뷰 나는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는 아담한 부암동을 좋아한다. 마음 뭉클했던 환기미술관과 아름다운 석파정 미술관이 있기도 하고 어느 빙수집하고도 비교 불가능한 부암동 빙수집도 있고 여러 잡동사니가 있는 손때를 탄 잡화점에서 나의 취향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해서다. 여러 번 부암동을 다녀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인왕산 둘레길과 등산로가 부암동을 지나가고 있었던 거다. 언젠가는 인왕산을 올랐다 하산하는 길에 부암동 빙수를 먹는 코스를 생각해뒀는데 부산에서 온 딸랑방구랑 다녀오게 되었다. 서울까지 와서 한다는 게 비록 등산이지만 우리는 맑은 하늘을 가진 날 노을 시간에 맞춰서 산에 올랐다. 빙수도 먹어야 했고 노을도 봐야 했기에 우리는 버스로 부암동까지 올라 경복궁역으로 내려가는 하산을 하기로 정했다. 분명 마을 이정표를 따라 긴가민가 싶은 샛길 같은 산길에서 잠깐 멈칫하기도 하고 가파른 바윗길 30분 정도를 올라 메인 등산로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정상까지는 조금 더 가야 하지만 정말 땀나는 등산은 30분가량이면 끝이었다 버스를 타고 온 거리가 있다 보니 땀이 날려고 하는 그 30분 사이에 인왕산에 다 올라버렸다. 인왕산 자락길보다도 힘이 들지 않는 등산 코스여서 조금 김새기도 했다. 그늘져 어두컴컴하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인지 아닐지도 모르는 샛길을 올라 메인 등산로에 올라 본 풍경은 이제 막 해가 기울어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맑은 하늘 덕에 홍제동과 홍은동 마을까지 깨끗하게 다 보였다. 그렇게 돌바위에 앉아서 풍경 구경을 하다 아직은 연한 하늘색인 하늘을 쳐다봤는데 따뜻한 초록색의 소나무에 달린 아기자기한 솔방울이 장난감처럼 매달려 있었다. 정상까지는 경사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산책하듯이 딸랑방구와 조잘 재잘 수다를 떨며 걷기도 하고 푸르른 소나무와 깎인 돌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험난한 산 능선이가 굽이굽이 이어진 북한산과 도봉산의 탁 트인 절경을 보며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를 한 번 더 찾은 것 같다. 높은 곳에 서서 아무것도 내 앞을 가로막지 않고 어디든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그림자 진 인왕산을 바라보면 산 능선이 소나무 사이 벙 뚫린 절벽 같은 곳을 지나는 등산객들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듬성듬성 심어진 나문가 했었는데 움직이는 걸 보니 사람이다 싶었고 저기가 등산로라는 걸 알았다. 저 밑에서 우리가 산을 오르는 그림자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풍경은 부암동에서 광화문으로 바뀌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경복궁을 카메라에 담았다. 솔잎과 궁궐을 따듯하게 느낄 수 있는 노을 필터까지 쓰니 가을 느낌이 물씬 났다. 단풍잎도 아니고 솔잎인데 가을이라 느끼는 이유는 아마 불어오는 시원 서늘한 바람과 내리쬐는 포근한 햇볕이 8팔을 차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을을 한참 지나 서울에 첫눈이 온 주말 밤, 지금과는 적당히 달라진 우리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놓는다. 인왕산의 정상은 예쁘지 않았다. 시야도 다 막혀있고 사람들이 복작복작해서 얼른 지나가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다 후딱 사진을 찍고 자리를 옮겼다. 정상의 기념비 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훨씬 더 예뻤다. 특별한 데이트로 온 건지 아니면 산책 삼아 산을 오른 건지는 몰라도 충분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정상을 지나 경복궁역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 정상보다 풍경이 만족스러운 포토존이 나오는데 그냥 지나칠까 했다가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바위가 가팔라 엉덩이를 살짝 기대어 찍는 게 최선이었지만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 중 가장 훌륭한 배경을 가진 곳이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뒤이어 내려오던 한 가족분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셨는데 같이 찍을 사진 한 장을 부탁드렸다. 유쾌하신 아버님께서 한 장으론 부족하다 느끼셨는지 여러 장을 아주 친근하게 찍어주셨다. 봄에는 매화, 벚꽃, 개나리 여름엔 장미, 해바라기 가을엔 갈대와 코스모스 겨울엔 동백꽃과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성곽길을 따라 피어난 코스모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노을이 절정을 다해서 이제는 온통 진한 노란빛으로 색을 들였다. 중턱에 도착해 지금까지 내려온 길과 앞으로 내려가야 할 길을 바라봤는데 꽤 갈 길이 멀었다. 부암동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오지 않고 경복궁역부터 걸어서 올라왔다면 꽤나 시간을 들여야 할 높이다. 비슷한 높이를 가진 아차산보다 인왕산이 더 험난한 산이라 생각된다. 노을이 넘어가고 어푸스름한 어둠이 깔렸다. 성곽에 조명이 들어오길 바라면서 천천히 걷다 해가 넘어가길 기다렸지만 은은한 빛이 남아 자락길까지 내려와서야 기대했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운치 있는 자락길의 성곽 조명과 만발한 코스모스 밭을 끝으로 하산을 완료했다. 의외로 자락길이 잘 닦여 있어서 사직동이나 서촌에 놀러 왔을 때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을 것 같다.

    • 산행일자

      2020년 10월 17일 오후 4:00

    • 등산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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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요시간

      • 등산

        1시간

      • 하산

        1시간

    • 난이도

      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