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지





당일치기로 지리산 일출보기 당일치기로 지리산 일출! 남부터미널로 가는 8호선 오금역까지 택시를 타려 새벽부터 뛰었다. 부리나케 달려 도착한 중산리는 아주 암흑이었다. 딸랑방구가 지름길인 계단으로 가로질러 올라오면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했는데 그 계단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여기도 암흑 저기도 암흑이라 가로등이 비치는 도로를 따라 꼬불꼬불 걸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중산리 주차장 →게스트하우스→탐방로 입구 길이 하나라 내가 도착할 즘 맞춰 등산 메이트 딸랑방구도 짐 꾸리기로 함) 사방으로 지리산이 첩첩산중으로 둘러싸고 있어서 가로등이 없는 곳 어둠 속에 혼자 우두커니 있자니 무섭기도 했지만 이런 경험이 적어서인지 신기하기도 했다. 등산메이트가 이용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라면 먹을 때 필요한 뜨거운 물을 텀블러에 담고 미리 주문했던 도시락을 챙겨서 출발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탐방로 입구까지 태워다 준다고 하셨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는데 그래도 20분가량 올라가야 하니까 잠시만 기다리라며 차 키를 챙기셨다. 기분 좋게 사장님을 따라 주차돼있는 차 앞으로 따라갔는데 사장님이 멈칫하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알고 보니 사장님 차를 다른 게스트분의 차량이 나가는 길목을 떡 하니 막고 있었다. 새벽녘에 차 빼달라고 게스트를 깨울 수 없어 미안하다 하셨고 우리는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괜찮다고 미안해하실 필요 없다고 말했다. 사장님 부부는 출발하는 우리를 끝까지 배웅해 주셨다. 탐방로 입구까지 걸어가는 동안 부실한 아침을 먹는데 생각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면서 먹자니 음식이 잘 먹히지 않았다. 딸랑방구가 준비해온 맛있는 후식도 미안하지만 퍽퍽하게 먹었다. ㅋㅋㅋ 통천길 입구에 도착하니 왠지 모르겠지만 조금 설레면서 떨렸다. 여길 오르려고 잠도 못 자면서 밤 버스를 타고 왔다. 자전거 라이딩할 때 쓰는 랜턴을 챙겼는데 지리산에서 내 랜턴에 제일 강력하게 밝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랜턴 불빛만 보고 무작정 오르기 시작했는데 각오한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돌산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무릎 높이의 울퉁불퉁한 가파른 돌바위를 좁은 시야로 오르는 건 정말로 힘들었다. 그러다 딸랑방구가 한 시간가량 왔나 싶을 시점에 갑자기 주저앉아서 청포도를 먹어야겠다며 가방을 풀었다. 뜬금없이 청포도? 이렇게 갑자기?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이 시점에 포기하고 내려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나한테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으니 청포도를 먹으면서 다시 힘낼 심산이었던 거다. 나는 이때부터 화장실이 급했다. 얼른 로터리대피소에 도착해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폴짝 뛸 만큼 급해 딸랑방구가 건네는 청포도를 도저히 받아먹을 수 없었다. 얼나마 올라왔지는 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체 멀리서도 밝게 빛나던 로터리대피소 불빛을 쫓아 드디어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이때쯤부터 슬슬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는데 시야가 밝아져서 인지 산행이 훨씬 쉬워졌다. 나도 지리산에 온다고 설레었는데 딸랑방구도 엄청 기대했는지 안 챙겨온 게 없었다. 물티슈와 티슈는 기본이었고 덕분에 같이 산타는 나는 불편함이 없었다. 주위에서 지리산에 간다고 하니 정말 조심하라면서 겁을 엄청 줬다. 안 그래도 아는 지인이 저번 주에 다녀왔는데 경사가 워낙 가파르고 높아서 허리에 무리가 많이 왔다고 했다. 허리디스크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로터리대피소까지만 가면 거진 다 간 건데 그 이후부터 정상까지 엄청 힘들다고 했는데 나는 입구부터 대피소까지 그 돌부리 암흑 길이 훨씬 힘들었다.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한다. 처음부터 정상에서 일출을 볼 기대 따위 하지 않았다. 우리 둘 다 지리산 간다고 난생처음 등산화를 샀다. 평상시 등산이라곤 동네 뒷동산이 전부였으니 최대한 갈 수 있는 만큼 오른 뒤 일출을 바라보기로 했다. 법계사를 지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야가 뻥 뚫렸다. 눈앞에 펼쳐진 산봉우리 사이사이로 물결치듯 구름이 일렁이는 광경에 발걸음을 잡혔다.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일출을 준비했다. 운 좋게 일출을 눈에 담았다. 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과는 다르게 산봉우리 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고요하고 웅장했다. 일출도 보고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일출 전에는 그래도 산속에서 해가 떠오를까 조금은 쫓기듯 올랐는데 숙제를 모두 끝낸 것처럼 맘 편이 산을 올랐다. 이때부터 해도 뜨고 길도 편해서 쉬엄쉬엄 걸었더니 땀이 식으면서 갑작스레 추위가 몰려왔다. 덥다고 바람막이 지퍼를 내린건 정말 멍청한 행동이다. 우리는 또다시 아름다운 일출에 오두방정을 떨고 있으니 지나가는 등산객분이 마당바위에서 보는 일출도 장관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아쉽게도 우리의 체력은 마당바위까지 버텨주질 못할 거란 걸 잘 안다. 정말로 마당바위에서도 일출은 계속되고 있었다. 프로등산객으로 보이는 어르신분들이 어린 학생들이 새벽부터 등산왔다고 대견?해하셨다. 내일모레면 나 계란한판인데 학생 소리를 들었다. 이제 정상까지 매끈한 나무 데크길로 오르면 된다. 데크길로 편하게 걸으면 되는데 어휴 체력이 다했는지 발이 천근만근이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오늘이 평일인지 주말인지 시간개념도 사라졌다. 백수생활을 끝으로 다시 출근한다는 걱정거리도 떠오르지 않고 그냥 걷게 된다.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에 등산만 한 게 없는듯하다.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슬슬 천왕봉에서 인증샷을 찍어야 하니까 이때쯤 선크림도 바르도 입술에 생기도 불어넣었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올라온 길을 뒤돌아봤는데 정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북한산이랑도 다르고 한라산하고도 달랐다. 새로운 세상에 내가 와있었다. 두둥 그다지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인증샷을 찍었다. 우리 뒤에 줄 서있던 부부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엄청 잘 찍어주시고 뒷면이 더 지리산 인증샷으로 핫하다는 정보도 주셨다. 그런데 해를 완전히 등지고 있어 역광이라 아쉬웠다. 정오를 넘겨 오후가 돼야 빛이 들 것 같았다.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겠다고 주차장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보온병이 빛을 발휘했다. 정상에서 먹는 도시락과 컵라면은 진짜 11월 1일 가을 끝 무렵이라 그런지 정상에서 꽤 추웠다. 산을 오를 때는 땀나서 몰랐는데 멈춰 서서 땀이 식기 시작하니 굉장히 추웠다. 라면 붇고 남은 보온병 따뜻한 물로 조금 버텨봤는데 한 시간가량을 넘어가니 하산해야겠더라. 정오를 넘기니 정상에서 사진 찍으려고 늘어선 줄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 헤맸다 하산하면서 등산화 끈이 풀린줄도 몰랐는데 올라오시던 등산객분이 안풀리게 끈 묶는법을 몇번이고 설명해주셨는데 난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아주머니께서 나보고 엄청 쎄그럽게 "학쌩!" 하시더니 무슨일인가 긴장하면서 다음말을 기다렸는데 등산할때는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신어한다고 걱정해주셨다. 쌔그러운 말투에 친절한 내용이라 당황스러웠는데 기분은 좋았다 해가 뜨고 난 후에야 지리산이 보였다. 일출을 목표로 온 지리산이었는데 정상이 다가 아니었다. 오를 때 캄캄해서 못 봤던 가을을 내려가면서 볼 수 있었다. 어둠속에서 지나왔던 망바위로 돌아왔는데도 아직시야는 주위 산능성이가 보이는높이다 아니 내가 이 거리를 올라왔다고? 싶을 정도로 아무리 내려가도 제자리 같다 다 내려왔을 무렵 계곡을 만났다. 제석봉으로 내려가지 않아서 유암폭포를 못 봤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조그만 계곡이 너무나 반가웠다. 곧바로 양말을 벗어 계곡물에 담갔는데 등산화 안에서 혹사당하던 내 발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콸콸콸 시원하게 쏟아지는 계곡물에 둥둥떠다니는 단풍잎이 보여주는 모습은 지리산에서 본 가장 가을스러운 장면이었다. 장장 12시간이 걸린 지리산 산행이 끝났다. 올라갈 땐 안내소가 닫혀있어 도장을 못 받아 내려올 때 찍을 수 있었다. 통천길에서 주차장까지도 꽤 거리가 있다는 걸 까먹었다. 올라갈 때는 간식도 먹고 시작이라는 설렘에 힘들어도 힘든 줄 몰랐다. 조금은 조급하게 서울로 올라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려고 걸었다. 하산 후에 먹는 막걸리도 영양 가득한 음식도 먹지 못하고 매점에서 매실차 한잔 들고 버스를 탔다. 버스 좌석에 기대자마자 내 몸에서 땀 냄새가 났는데 어느 정도냐면 군대에 입대한 둘째가 훈련소 들어갈 때 입었던 옷이 택배로 집에 왔을 때 택배를 열자마자 풍기던 그 묶은 땀 냄새가 나한테 났다. 그리고 눈 감았다 뜨니 서울이었다. 마스크 속에서 침을 왕창 흘리면서 잤더랬다. 이렇게 am 3:40분 부터 pm 3:20분까지 지리산 천왕봉 당일 일출 산행을 다녀왔다. 이후 2박 3일동안 근육통으로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산행일자
2020년 10월 30일 오전 3:00
등산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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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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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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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어려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