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일지





지하철 타고 가는 서울 산 도봉산역에서 내리면 펼쳐치는 동네시장의 클라스, 흡사 시골 5일장 같은 정이 넘치는 모습 무교이지만 산속의 절, 천축사에서 느끼는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불교 분위기 그리고 천축사에서 바라보는 서울 도심의 풍경 쉴틈없이 경사진 도봉산에서 여기가 아니면 쉬어갈 포인트가 없다고 광고하는 평평하고 너른 마당바위에서 꼴딱 넘어갈것같은 숨을 돌리며 즐기는 도시락타임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서울 요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10개 중 8개는 완연한 가을 날씨에 대해 출퇴근 풍경, 창밖에서 방으로 들어오는 빛줄기, 노을 사진들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날씨는 따뜻한 햇볕에 시원하면서도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마음 시리게 푸르르다. 그래서 날씨가 맑은 일요일엔 등산을 가기로 정했다. 어느 산으로 갈까 고민하다 갔던 곳을 또 갈까? 저번에 갔던 북한산, 아차산과 용마산을 떠올렸는데 직장동료분이 북한산보다는 도봉산이 예쁘다는 얘기를 해줬던 게 생각나 이번에는 도봉산을 등산하기로 했다. 도봉산역에 내리면 횡단보도에서부터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모두가 등산하러 오신 분들이다. 역에서부터 산 입구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도봉산이 초행길이어도 등산배낭을 멘 사람들을 따라가면 무사히 국립공원 입구로 갈수 있다. 가는 길에는 등산용품점들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곳은 서울이 아니라 시골장에 온 느낌을 준다. 김밥 한 줄도 2,000원이었는데 인삼튀김이 한 뿌리도 2,000원 이였다. 집 근처 시장에 있는 튀김집에서도 인삼튀김을 팔고 있었는데 한 뿌리에 10,000원이었다.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간 산행이라 물 한 병만 손에 쥐고 입산했는데 다음 등산할 땐 배낭 꼭 챙기자고 다짐했다. 첫 등산이었던 해발 287m 아차산에 갈 땐 물은 당연하고 정상에서 먹을 김밥 한 줄도 포장해서 갔었다. 두 번째 해발 836m 북한산 백운대를 갈 땐 배낭에 물 한 병만 챙겼다가 손을 자유롭지만 목말라서 괴로웠고 그 다음으로 해발 348m인 아차산 ~ 용마산엔 맨손에 얼음물 한 병 사다 산에 올랐었다. 갈수록 배낭이 가벼워지더니 맨손으로 산에 오르다 가파른 경사길에서 언제나 후회하게 된다 ?국립공원에서부터 최단거리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빠지지 않고 직진하는 코스인데 초반부에는 산길 따라 계곡물이 아주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근래에 비가 많이 와서 이렇게 콸콸 흐르는 건지, 원래 도봉산은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는 건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도봉산이 북한산보다 등산 난이도가 높은 것 같다. 북한산은 완만한 오르막과 급격한 오르막이 사이좋게 번갈아가면서 나타나 중간중간에 한 템포 쉬면서 가는데, 도봉산은 초반에는 완만하게 시작하다 중반부부터 정상까지 쉴 틈 없이 급격한 오르막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앞을 바라보는 고개의 각도도 따라 올라간다. ?산을 오르다 보면 정상으로 바로 갈지 아니면 천축사 절을 들렀다 갈지 갈림길이 나오는데 나는 이때 해우소를 이용하려 절을 갔다가 눈 높이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급경사에 고생하고 있던 고개를 쉬어갈 수 있었다. 마당바위에서 신선대까지 약 0.8km 정도 거린데 체감상 훨씬 배로 느껴진다. 어마 무시한 경사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걷더라도 해발은 높아지지만 km는 생각만큼 줄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시선의 돌바위 길을 지나 나무 데크 길의 끝, 정상의 모습이 희끄무레하게 보여도 단숨에 오르고 싶어도 도저히 쉬지 않고 갈수 없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다리가 땡땡 무거워지면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 보면서 숨을 고른다. 이쯤 높이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다 아름답게 보인다. 빽빽한 도심과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의 곡선,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그림자들도 모두 다 아름답다. 도봉산의 정상인 자운봉은 안전 문제로 오를 수 없어 그 맞은편인 신선대를 목표로 등산했는데 사실 좀 실망했다. 그곳은 너무나도 좁아서 신선대 팻말 앞에서 인증 사진조차도 가파른 바위에서 난간을 붙잡고 한 줄로 서서 기다렸다가 정상에서 쉬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그곳은 비매너가 판을 쳤다. 좁고 가파른 돌 바위에서 차례로 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끄트머리에 막 도착한 등산객들이 소리쳤다. "거 뒤에 있는 사람들 좀 생각해서 앞으로 당깁시다 " 정상에서 사진 찍고 있는 사람들과 풍경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내려오지 않았는데도 앞으로 이동하는 말을 반복하더니 결국엔 난간을 붙잡지도 않고 바위를 타고 올라 새치기를 하다 사람들과 부딪쳐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산에서도 등산하는 사람과 하산하는 사람의 동선을 위해 우측통행을 해야 하는데 산 정상 바위에서 어르신 한 분이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가팔라 못 내려가신다고 올라가는 길로 역주행으로 내려오시다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상에서 먹을 간식으로 역 앞에서부터 옥수수가 담긴 검은 봉지를 달랑달랑하면서 등산했지만 정상을 찍고 마당 바위로 돌아와서 겨우 맛봤다. 허리춤에 감아둔 후드집업 모자에 넣어놓고 등산도 했지만 역시 짐이었다. 등산할 땐 양손이 자유롭게 배낭을 챙기는 게 안전에 좋은 것 같다. 옥수수를 살 때 입구 시장에서 망태기라도 살 걸 그랬다. ?도봉산에서 유일하게 풍경을 보면서 쉴 수 있는 곳이 마당 바위같다. 초반에는 나무 때문에 풍경이 보이지 않고 어느 정도 올라와서 길이 좁아서 쉬어갈 곳이 없더라. 북한산은 불고기와 더덕구이였는데, 하산하는 길에는 내려가서 무얼 먹을까 진지한 고민을 했다. 역시 등산은 하산 후에 먹는 먹거리가 진짜다. 역에서부터 입구까지의 장터를 구경하다 오면서 후보 몇 가지들을 정했는데 그중에 깔끔해 보이는 한식집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작은 식당 같았는데 들어가 보니 테라스까지 테이블이 있어 하천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도봉산은 전골 맛집인가 보다. 공깃밥을 더 먹고 싶었는데 전골이 푸짐해서 말았다. 도봉산 입구에서 21개의 국립공원이 소개된 스탬프 여권을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는데 첫 장이 북한산국립공원이다. 뒷장의 여러 산들 도장 깨는 스탬프 투어 버킷리스트로 정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페루에 여행을 갔을 때 69호수&파스토루리빙하와 마추픽추&와이나픽추 등산을 일정에 넣었는데 비행기 결항으로 69호수는 제외하고 다녀왔었다. 알고 봤더니 69호수와 파스토루리빙하는 페루의 어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때에 '국립공원이란 건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들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국립공원이 있는 줄 몰랐다. 북한산도 산이고 지리산도 산이고 설악산도 그냥 산이지 했는데 국립공원에 소속된 산이라는 걸 스탬프 여권을 보고 알았다. 우리나라 산들도 정말 예쁘구나.
산행일자
2020년 9월 13일 오후 12:30
등산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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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
3시간
- 하산
2시간 30분
- 등산
난이도
보통
